오라력에 대한 소고 #2 - 오라력 1의 차이란?

오라력에 대한 소고 #1 - 오라력 수치의 의미에 이어지는 글.

앞서 오라력 1의 차이가 크다고 했지만, 이것은 오라력을 가진 사람들의 분포를 나타낸 것일 뿐,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차이인지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무엇보다, 오라력은 기계를 구동시키는 정량적인 수치이므로, 단순히 ‘차이가 크다’ 는 것으로는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쇼트 웨폰은 공학자였으므로, ‘높다, 보통, 낮다’는 식으로 분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언가 기준이 될 수 있는 수치를 1오라로 두고, 거기서부터 오라력을 계측해나가지 않았을까. 예컨대 섭씨 온도는 물이 어는 점을 0도, 끓는 점을 100도로 두고, 그 사이를 100으로 균등하게 나눈 것이다. 오라력도 공학적으로 사용하려면, 이 비슷한 계측 기준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는 있지도 않은 오라력을 현실의 어떤 단위로 추정하기는 힘들고, 그 기준이 될만한 오라 머신의 효율이라든가 성능 같은 것도 막연한 수치여서 짐작하기 힘들다. 예컨대 필요 오라력 10으로 가동하는 오라 배틀러의 실제 출력을 추정한다 해도, 필요 오라력이란 것이 오라 배틀러에 투입되는 총 에너지가 아니라 그 중에서 파일럿이 담당하는 부분만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설명), 이것과 총 투입 에너지의 비율은 알 방법이 없으므로 (오라 계수가 상관 있는 것 같지만, 역시 변수가 너무 많아 추정 불가), 결국 실제 오라력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심지어 어떤 물리량인지도 알기 힘들다.


그래서, 일단은 오라력의 절대적인 값 자체에 대해서는 포기하고, 각 오라력 수치 간의 상대적인 차이에 대해서만 고찰해 보기로 하자.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계측 방식은 오라력 수치와 실제 오라력 값이 비례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오라력 8는 오라력 4의 2배인 것이다. 오라력 9는 오라력 10의 90%가 된다. 아주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오라 머신의 특성을 이해하기 힘든 것이, 앞서 말했듯이 오라력 1의 차이는 실로 크다. 비록 애니 상에서는 오라력을 숫자로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분석, 엘프 성 공략전’에서 보듯이 오라력 있는 전사가 탄 오라 배틀러와 그렇지 않은 오라 배틀러의 전투력이 그렇게까지 차이 난다면, 오라력 9와 10의 차이가 겨우 10% 차이일 리가 없다. ‘필요 오라력에 미달되면 성능이 극도로 나빠진다’ 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만, 필요 오라력을 겨우 10% 정도도 줄이지 못해서 지상인을 불러들이고 오랜 시간을 들여 오라 증폭기를 개발하는 수고를 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그 정도 출력 차이라면, 막말로 기체 무게만 10% 줄여도 간단히 해결될 문제 아닌가.


따라서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오라력 값은 숫자에 정비례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2차식 같은 다항 함수나, 지수 함수 같은 방식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지수 함수가 유력한데, 과학∙공학적으로 각종 수치 계측에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값이 정량적으로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숫자가 나타내는 값의 비율이 일정하게 올라간다. 이런 측정 방식 중에 유명한 것으로는 지진의 진도나 항성의 밝기 등급 등이 있고, 워낙 많이 쓰이다 보니 로그 함수같이 아예 표준 도구화된 방법도 일찌감치 나왔다.

지수 함수라고 하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숫자 사이의 ‘비율’이 일정한 것이다. 즉, 1과 2가 2배 차이라면, 2와 3도 2배 차이, 3과 4도 2배 차이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정량적으로 표현하면 1, 2, 4, 8 같은 식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숫자 1의 차이가 갈수록 커지게 되어, 9와 10의 차이도 상당해지게 된다. 예컨대 앞서 언급한 2배 증가의 경우, 9와 10의 차이는 1과 2의 차이의 256배나 된다. 이 정도 차이라면 다소의 개량으로는 어떻게 해 볼 수 없을 정도로의 막대한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렇게 지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추정해도, 과연 ‘몇 배나’ 증가하는지 모르는 것은 매한가지다. 지수적으로 증가한다 해도 숫자 1 차이에 따라 겨우 1.1배 정도 증가한다면 9와 10의 차이는 여전히 1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증가율을 파악하지 않으면 지수적인지 정비례인지 하는 추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오라 머신들의 설정 수치만 갖고는 그 차이가 얼마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쉽게 알 수 있다면 애초에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겠지만.



바로 여기서 눈 여겨 볼 것이 바로 오라 배틀쉽이다. 오라 배틀쉽은 다른 오라 머신과 달리 인간의 오라력을 사용하지 않고, 유사 오라력 발생기라는 엔진을 사용한다. 또한 속력이나 운동성 등에 비해 무게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출력의 대부분을 그 거체를 띄우는 데 사용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게다가 다행히도 설정에 나온 유사 오라력 발생기는 5오라, 7오라, 20오라의 3종류 밖에 없다. x 뒤의 숫자는 명백히 엔진의 수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총 출력은 엔진 수를 합산하면 간단하게 추산할 수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속력이 비슷한 게아 가링과 그란 가란을 비교해보면, 게아 가링은 5오라 x100이고 그랑 가랑은 7오라 x12이다. 게아가링의 무게가 142000루프톤으로 그란 가랑란 무게 48000루프톤의 약 3배이므로, 출력도 마찬가지로 약 3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로써 간단한 비례식을 세워 보면


5오라 * 100 : 7오라 * 12 = 142000 : 48000
⇒ 5오라 * 100 * 48000 = 7오라 * 12 * 142000
⇒ 7오라 = 5오라 * 400/142


즉, 7오라는 5오라의 200/71배, 다시 말해 약 2.82배 정도 된다고 볼 수 있다. 2오라 차이가 2.82배이므로, 제곱근을 구하면 1오라 차이는 약 1.68배 정도가 된다. 간단한 근사치를 찾으면 대충 5/3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대로 깔끔한 숫자이며, 이것이 쇼트 웨폰이 계측한 오라력의 ‘단위’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렇게 따지면, 오라력 9와 10의 차이는 5/3배, 즉 약 1.67배가 된다. 이 정도 차이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오라력 높은 전사를 애타게 찾고 오라 증폭기 개발에 매진했던 것에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이 된다.


그럼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각 오라력이 가지는 절대적인 수치를 파악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1오라 차이가 1.67배라고 해 봤자, 오라력 10이 오라력 1에 비해 구체적으로 얼마나 큰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계(level)에 불과한 오라력 숫자가 실제로 가리키는 정량적인 수치를 ‘오라 에너지’라고 하자. 편의상 1오라가 1오라 에너지를 가진 것으로 보고 1에서 14까지의 ‘실제 오라 에너지’ 를 쭉 늘어놓아 보면


오라력오라 에너지오라력오라 에너지오라력오라 에너지
1111165.38171692127351.11228
21.66666666712275.63619482245585.18713
32.77777777813459.3936582375975.31188
44.6296296314765.656096724126625.5198
57.716049383151276.09349425211042.533
612.8600823162126.822491
721.43347051173544.704151
835.72245085185907.840252
959.53741808199846.40042
1099.229030132016410.66737


여기서 좀 문제가 생기는데, 지수 함수에서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지만 뒤로 갈수록 수치가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문제가 있다.
대체로 10 내외인 오라 배틀러야 그렇다 치더라도, 같은 오라 쉽인 젤러나와 그림리의 필요 오라력은 10 차이, 정량적으로는 165배 차이가 된다. 젤러나가 무게는 절반 정도지만 속력이나 화력 면에서 그림리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무리 그림리가 에너지 등급이 낮은 졸작 함선이라고 해도 이해될 수 있는 차이가 아니다. 이건 승용차와 버스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연안 어선과 유조선의 차이로, 도저히 동급으로 놓고 비교할 수 조차 없다. 따라서 아쉽지만 지수 함수 설은 기각하기로 하자.



그 다음으로 후보 대상이 되는 것은 다항 함수, 쉽게 말해 거듭제곱이나 세제곱 함수 등을 말한다.
최대한 생각을 간단히 하기 위해 저차항을 모두 제거하고 단순히 y=x^n 같은 깔끔한 거듭제곱인 것으로 추정해 보자. (어디까지나 계측 기준이기 때문에, 쇼트로서도 이렇게 최대한 단순한 함수를 사용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n에 해당하는 지수만 찾으면 된다.

다시 한 번 추정을 간단하게 하기 위해 n이 정수라고 놓고 2부터 하나씩 대입해 보면, n이 3일 때, 즉 y=x^3일 때 5와 7의 차이가 5^3=125와 7^3=343으로 2.74배 차이가 나서, 원하는 값인 2.82에 가장 비슷하다. 즉, 추정에 추정을 거듭한 결과, 오라력의 정량적 차이는 오라력 숫자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이것이 적절한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다시 정량적인 나열을 해 보자.


오라력오라 에너지오라력오라 에너지오라력오라 에너지
11111000219261
281217282210648
3271321972312167
4641427442413824
51251533752515165
6216164096
7343174913
8512185832
9729196859
101000208000


여기서는 15와 25의 차이가 약 5배 정도의 차이로, 여전히 큰 차이긴 하지만 젤러나가 2배 정도 가볍고 오라 쉽 중 특출하게 성능이 좋았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대충 납득할만한 차이이긴 하다. 물론 나중에 개발된 그림리가 가장 초기의 함선인 젤러나보다 2배 이상 에너지 효율이 나빴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럼 다시 논의의 핵심인 오라 배틀러들의 수치, 10 부근으로 넘어가 보도록 하자.


성전사 (지상인)들의 (추정) 평균 오라력 10과 코몬들의 (추정) 평균 오라력 7을 비교해보면, 양적으로는 거의 3배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다. 딱 붉은 혜성과 일반 자쿠의 차이다. 드레이크가 성전사를 애지중지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리고 크리티컬한 부분이었던 9와 10의 차이도 대략 30% 이상 차이로, 간단한 개량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격차다.

한편으로 빌바인의 필요 오라력 14는 거기서 또 3배 가까운 차이가 있고, 보통 코몬의 8배에 해당한다. 대국 나 나라에서조차 탈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쇼 자마에게 맡겼던 것도 당연하다 할 것이다. (8배 차이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키나 몸무게가 보통 사람과 8배나 차이 난다고 생각해 보라. 아니면 달리기나 높이뛰기의 기록 차이를 생각해도 좋다.)



여담이지만, 처음 추측에서 제외되었던 다른 오라 배틀쉽들을 비교해보면 수치는 또 다르게 나온다. 그란 가란보다 좀 더 무게가 비슷한 윌 윕스를 게아 가링과 비교해 보면


5오라 * 100 : 7오라 * 20 = 142000 : 108000
⇒ 5오라 * 100 * 108000 = 7오라 * 20 * 142000
⇒ 7오라 = 5오라 * 540/142


이렇게 3.8배 정도로, 그란 가란과 비교한 2.82배와 크게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 차이는 지상인이자 오라 배틀쉽의 창시자인 쇼트 웨폰이 직접 설계/제작한 윌 윕스가, 코몬들이 설계한 다른 전함들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대충 납득할 수 있다.

실제로 같은 7오라 엔진을 사용하는 그랑 가랑과 윌 윕스의 무게 차이는 2.25배인데 출력 차이는 1.67배 정도로, 윌 윕스의 무게 당 출력이 훨씬 부족하지만 속력은 오히려 윌 윕스 쪽이 월등하다. 기본적으로 엔진이 같으므로, 이 차이는 함선 자체의 건조 기술 격차에 따른 성능 차 이외에 다른 것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그냥 처음에 취한 2.82로 가기로 하자.


내친 김에 고라온까지 확인해 보자. 고라온은 20오라x5 + 5오라x5로, 2가지를 혼성 편재한 구성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계산이 곤란하지만, 일단 처음의 게아 가링과 그란 가란에서 도출한 수치를 그대로 적용해 보면


20오라 * 5 + 5오라 * 5 : 5오라 * 100 = 102000 : 142000
⇒ (20오라 * 5 + 5오라 * 5) * 142000 = 5오라 * 100 * 102000
⇒ (20오라 + 5오라) * 142 = 5오라 * 2040
⇒ 20오라 * 142 = 5오라 * 1898
⇒ 20오라 = 5오라 * 1898/142


즉, 20오라는 5오라의 13.37배 정도가 된다.
이것은 이상한 수치인데, 앞서의 추측에 따르면 20오라는 5오라의 64배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의 다섯 배에 달하는 이 차이를 설명하지 않으면, 모든 추측의 기초가 되는 오라 배틀 쉽끼리의 출력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게 된다.

그런데 이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변명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고라온에만 탑재되어 있는 오라 노바 포이다. 터무니없는 대화력으로, 단 한 발 발사해서 스쳐 지난 것 만으로 한창 승기를 잡던 윌 윕스를 주눅들게 하여 후퇴시킨 막강한 무기다. 게다가 그 화선에 있던, 오라 배틀러를 비롯한 일반 오라 머신들은 그대로 ‘소멸되어’ 버렸다. 건담으로 치면 콜로니 레이저 급에 해당하는 터무니 없는 강력함이다. 그런 규격 외 거대 화기 외에도, 고라온에는 오라 배틀쉽 중에서는 최대급인 (즉, 다른 오라 배틀쉽에는 이 만한 크기가 없는) 대형 주포를 4문이나 가지고 있다. 강력하다 못해 황당한 위력을 가진 오라 노바 포와 주포인 오라 캐논들이 모두 오라력을 사용하는 화기인 것을 생각하면, 출력 중 상당 부분이 화력에 투자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 20오라 엔진 5기 중 4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하나와 5오라 엔진 5기의 출력을 합하면, 대충 다른 오라 배틀 쉽과 비슷한 출력 대 중량 비가 나온다. 따라서 20오라 엔진 중 4기는 추진용이 아니라 공격용으로, 평상시에는 오라 노바 포를 충전하고 전시에는 (각 엔진 당 1문씩) 4개의 거대 주포 (및 기타 화포)를 운용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대형 엔진을 단순히 화력 충전용으로만 쓴다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인 배치지만, 현대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지상인 쇼트가 직접 설계한 윌 윕스 외의 함선이 효율성이 나쁜 설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딱히 이상할 것은 없다.


이렇게 해서 오라력의 숫자에 대한 얘기는 오라력 숫자 차이 = 에너지 양의 3제곱 차이라고 미흡하나마 결론을 내고, 오라 계수와 필요 오라력, 한계 오라력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얘기해 보기로 하자.

by 르혼 | 2008/08/12 13:54 | 단바인 기타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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