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정체성인가 가타부타

 

장애, 공존과 제거.에서는 모든 장애인이 치료를 원하는 게 아니라, 일부는 장애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일반인과 같이 살고 싶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리고 장애인들의 이동권 확보 투쟁.에서는 장애인들이 그렇게 일반인처럼 살기 위해 부족한 사회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일단 나도 장애인들이 정상인처럼 불편함 없이 살기 위한 각종 지원은 지금보다 훨씬 많이, 사회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하는 한 많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밝힌다. 그 면에서 위에 든 두 번째 게시물에 대해서는 거의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장애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될 때, 그것을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선택을 존중할 수 있을까.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위 게시물에 단 덧글에서 말한, 100% 정부 지원에 의한 치료가 있다고 할 때, 이를 거부하고 장애로 남은 사람들을 위한 장애인 지원 시설 확충이 바람직한 것인가.

 

 

최소 사회 단위인 가족에서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이 팔다리를 제대로 못써서 취업도 힘들고, 한다 해도 출퇴근 하느라 무지막지한 고생에 버는 돈은 쥐꼬리만해서 혼자서는 최소 생계도 유지하기 힘들다고 할 때, 가족이나 친척이 평생에 걸쳐 이 사람을 도와준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어 그 시술을 받으면 완전한 정상인이 되어 남과 다름 없이 살아갈 수 있고, 장애인의 부모님이 이 치료 비용을 전부 감당하겠다고 제의한다고 생각해 보자.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서 부모님의 치료 지원을 거절하고, 평생 동안 계속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타서 쓰는 것이 바람직한가? 또 그렇게 해서 얻는'정체성'이라는 것이 건전한 것인가?

 

 

이건 피부색 문제와는 분명히 다르다.
인종 차별은 평등, 즉 기회 균등의 문제이고, 지향점은'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사는 사회'이다.
즉 백인과 흑인의 차별을 없앤다는 것은 다른 것이 동등한 조건에서 흑인에게 백인보다 더 큰 기회와 이익을 주거나 그 반대로 백인에게 더 큰 기회와 이익을 주는 경우를 없애자는 것이지, 어느 한쪽에게 자원을 몰아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물론 현재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기회와 자원이 불균등하게 배분될 수는 있어도, 이는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며, 지속적인 균형 상태도 아니다. (그 해소 과정에 수십~수백 년이 걸린다 해도)

 

하지만 장애인의 경우는 인종 문제와 달리, 장애인이 정상인과 같이 생활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각종 지원을 계속 행하지 않는다면, 장애인은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없다. 추가적인 비용 없이 장애인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장애가 아니니까. 이건 정체성 이전에 용어 정의의 문제다.


즉, 장애인의 정상 생활은, 정상인의 장애인에 대한 지속적 지원을 전제로 해서만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런 비용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비용으로써, 사회 구성원의 복지와 사회 자체의 안정을 위해 항상 어느 정도는 지출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그것이 정말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비용이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100% 정부 지원에 의한 치료를 거부하고 순수하게 자신의 선택으로 장애인으로 남는 사람이 과연 사회적 약자인가?

 

치료에 의해 완전한 정상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그 치료를 거부하고 장애인인 채로 남아 장애인을 위한 기반 시설 확충을 요구한다면, 그렇게 해서 일반인들이 지지 않아도 좋을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하게 한다면, 그게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나에게는 그저 이기주의로만 보인다.

 

약자의 주장이라고 모두 옳지는 않고, 약자라고 해서 도덕적으로 더 건전한 것도 아니다.
인민재판으로 피바다를 이룬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보라. 사람을 자살로 내모는 네티즌들의 악플을 보라. 지주가 빈농보다 더 악한가. 국회의원이 서민보다 더 타락했는가.

약자는 다만 강자가 행하는 악을 행하지 못했을 뿐이다. 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주장이라고 다 옳은 것은 아니고, 다 도덕적인 것도 아니다.


덧글

  • 겸손한당나귀 2009/04/26 04:04 # 답글

    한말씀만 올리겠습니다....

    우선 장애라는것은 치료가 가능하지 않은 것을 장애라고 하는 것이구요....

    장애를 선택할 장애인은 아마 한명도 없을겁니다 사이코 패스가 아닌 이상...

    사회적 인식과 여건만 만들어진다면 시설을 원하는 장애인도 없을 겁니다(자립생활: 지역사회에서 동등한 구성원으로의 생활 ).....

    또 100%의 정부지원이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100% 치료의 지원이 된다 하더라도 님이 말하는 정상인(저는 비장애인 이라고 합니다만)은 될수 없을겁니다

    현실 속에서의 요구가 100%의 완벽함이 된다면 혹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은 님의 잘못된 생각인거 같네요...

    비장애인의 지원이 과연 얼만큼의 어떤 효과를 가져왔느냐 또한 판단은 님의 기준에서 나온 생각인것 같네요.....

    죄송하구요 짧은 글줄 남기고 갑니다............................평안하세요....
  • 르혼 2009/04/26 12:32 #

    이 글은 트랙백 되어 있는 장애, 공존과 제거 라는 글에 대한 의견을 쓴 글입니다. 그 글을 먼저 보시지 않으면 얘기가 되지 않습니다.

    애초에 일부 장애인은 장애를 자신의 정체성으로서 선택할 것이며, 치료법이 있더라도 치료하지 않겠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의아심으로 나온 말이거든요.

    저는 장애인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장애인 스스로가 그런 주장을 하는 이상, 그것이 과연 합당한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현실적으로 100%지원이 될 수 없는 건 저도 잘 알지만, 설령 100% 지원이 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장애인으로 남겠다는 것은 이기주의가 아니냐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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