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규어? 피겨? 피거?

figure는 숫자라는 뜻도 있지만 모양, 형태라는 뜻도 있습니다. 미술에서는 그림이나 조각으로 표현된 인물을 뜻하고요.

모형에서는 당연히 인간이나 그 비슷한 캐릭터를 모형화한 것, 그러니까 인형 (人形)을 말합니다.


모형 쪽에서 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단어는 사실 오래전부터 일반인에게 상당히 친숙한 단어인데, 바로 우리의 완소 김연아가 하는 피겨 스케이팅이 이것입니다.
즉 figure의 일반적인 외래어 표기는 '피겨'인 거죠.
실제로 발음을 들어보면 '피거'에 가깝습니다만, 그건 제 귀가 막귀라서 그런 모양이고.


어쨌건 이 단어가 길이도 길고 발음도 많이 다른 '피규어'라고 쓰이는 것이 불만입니다. 기존 단어를 그대로 쓰는 것도 아니고, 영어 원음에 충실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 발음 (휘규아)도 아닌 그야말로 국적불명이거든요.

원래 같은 단어를 유입 경로에 따라 서로 다르게 (피겨/피규어) 부르는 것도 불만이지만, 뭣보다 불만인 건 '피겨'라는 단어가 '피규어'라는 단어보다 글자 수가 적다는 겁니다. 작고 간단한 단어를 지향하는 저로서는 단어 길이가 늘어나는 게 심히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라도 '피겨'라고 통일해 부르는 게 어떨까요.

by 르혼 | 2009/05/27 10:29 | 고장난 사전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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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가고일 at 2009/05/27 11:20
밀리터리계에서는 예전부터 메탈피겨, 12인치 액션피겨 등으로 잘 써온거 보면 확실히 일본식 발음의 변형이 아닌가 합니다......
Commented by 펭귄대왕 at 2009/05/27 11:37
'피규어'의 경우, 일본식 캐릭터 입체물을 정의하는 단어로 굳어지는 듯 합니다..(만, 멕팔렌제 같은 것도 그렇게 쓰고 있으니..)
모형쪽에서도 취미가-네오 라인에서는 지속적으로 '피겨'로 기재해 왔지만, 매체 영향력의 한계랄까요..
언제 어디서부터 피규어라는 표현이 쓰이기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할라페노 at 2009/05/27 12:47
figure 의 뜻에 따라 구분하기 위해서 피겨/피규어 등으로 나눠서 쓰는 것 같네요.
일본식 인형을 피규어라고 따로 구별하는듯
Commented by chobomage at 2009/05/27 14:06
근데 많이쓰면 그게 대세가 되고, 그러면 그게 표준어로 정착되는 경우도 많죠.
Commented by 르혼 at 2009/05/27 14:23
가고일//
네. 그런 것 같습니다. '휘규아' (정확히는 이것도 일본의 외국어 표기법대로 읽으면 '휘갸'가 되지만, 그런 것까지 고려할 정도면 이미 일본식 영어를 그대로 들여오진 않겠죠.)에서 당장 거슬리는 f 발음을 ㅍ으로 바꾸고 아를 어로 바꾸면 나오니까요.

펭귄대왕, 할라페노//
그런 모양입니다만,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요.

chobomage//
맞습니다. 그걸 대세로 하고 싶지 않아서 이 게시물을 올린 겁니다.

자세한 건 아래에 달롱넷에서 퍼온 자쿠러님의 답글을 보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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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URER™
http://www.korean.go.kr/08_new/minwon/qna_view.jsp?idx=29569
피겨/피규어에 관해선 국립국어원에 관련 질답이 잘 되어 있죠.
물론 (현재로선) 당연히 피겨가 맞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http://www.korean.go.kr/nkview/nknews/200405/70_13.html
컷/커트, 타입/타이프처럼 외래어 전파 경로나 언중의 선택(=사용 빈도)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게 외래어입니다.
외국어가 아니라 외래어이니 말이죠.

그리고 피겨와 인형은 서로 대체 가능한 동의어이자 둘 다 한국어입니다.
피겨는 영어 출신 신참 한국어, 인형은 한자 출신 고참 한국어, 서로 그런 관계랄까요.

<글 읽으실 분들께 약간 참고>
외래어 표기 규정은 원어 발음에 가급적 충실하기만 하면 되지 최대한 충실할 필요는 없습니다.
외래어 표기 규정은 원어 발음을 최대한 충실히 한글로 옮겨 적는 것이 아니라(이건 음역이죠) 한국인끼리 의사소통할 때 필요한 외래 한국어(외국에서 들여온 한국어=외래어) 규정이랍니다.
(외국인과 의사소통하려면 따로 외국어인 figure [fíɡjər]를 배워야 하죠)
고로, 언중 다수가 피겨/피규어가 아닌 '삐갸'를 선택한다면 만들어 놓은 표기 규정/원칙과 어긋나더라도 당연히 삐갸가 외래어 표기 규정이 되는 거랍니다. 랄랄라~~~~~~
(물론 국립국어원은 최대한 보수적이므로 잘 안바꾸려 하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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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정숙조신 at 2009/05/28 17:45
좀 다른 이야기긴 한데... 저는 일본 애니계/특촬계에서 '변신'과 '변형'을 조금 다른 뜻으로 쓰는 게 신기하면서도 이상하더라고요. 원래 일본어 용법이 그런 건지 아니면 '업계 관행'으로 굳어진 건지.
Commented by 르혼 at 2009/05/28 18:34
인간 -> 개조체 식으로 아예 몸 자체가 바뀌면 변신, 같은 몸인데 모양이 바뀌면 변형이라고 생각하면 그럴듯하지 않나요.

일본어는 우리보다 한자 의존도가 강한 만큼, 반대로 한자의 의미를 잘 살리는 장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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