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맥스: 마초와 페미의 협연 책,영화,게임,공연, 음악

우선 아래 포스트를 봐 주시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어떻게 페미니즘 영화가 되었나


저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페미니즘 영화라는데 적극 찬성합니다. 그것도 지극히 완성도 높은.


완성도가 높다는 것은 단순히 영화가 재미있고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뜻이 아니라, 페미니즘 영화로서 가야 할 방향이 정곡을 찔렀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아시다시피, 매드 맥스 시리즈는 매우 마초적인 영화입니다. 이번 분노의 도로 역시 마찬가지로, 남자들이 열광하는 자동차 추격신과 거친 액션이 난무합니다. 인터넷에 나도는 수많은 평들 대부분이 남자들의 것 (최소한, 매우 남성적인 취향이라는 것)이라는 것도 이를 반증합니다. 

이렇게 지극히 마초적인 장르에 페미니즘의 테마를 불어넣음으로서, 마초맨들의 정신 한 복판에 페미니즘이라는 폭탄을 던지는 정면 대결을 한 것입니다. 마치 일제 순사들 앞에서 태극기 꺼내든 것아나 마찬가지인 것이죠. 

이렇게 정 반대인 가치 둘이 나란히 놓이면 충돌하는 게 보통일텐데, 이 영화는 놀랍게도 이 둘이 상승 작용을 하는 효과를 보여줍니다.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명백히 페미니즘 바로 그것이고, 영화의 부제 (Fury Road)도 그것을 반증합니다. 분노의 도로라는 뜻도 되지만 퓨리의 길, 다시 말해 주인공인 여성 사령관 퓨리오사가 깨닫고 헤쳐나가야 할 길이기도 한 것이죠. 


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퓨리오사입니다. 매드 맥스는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퓨리오사의 업적을 가능하게 해준 핵심 인물이지만, 초한지의 주인공이 한신이 아니고 삼국지의 주인공이 제갈량이 아니듯이 '분노의 도로'의 주인공은 매드 맥스가 아니죠. 맥스는 어디까지나 조력자 + 인도자의 역할일 뿐 주인공은 퓨리오사입니다.


이 사실, 그러니까 '분노의 도로'가 마초 영화가 아니고 페미니즘 영화이고, 주인공이 맥스가 아니라 퓨리오사라는 사실은 마지막에 맥스가 떠나면서 완벽해집니다. 맥스가 떠나는 것은 단순히 주인공을 양보한 것이 아니라, 임모탄의 재래를 막는 극 중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맥스가 임모탄보다 선한 인물일지는 몰라도, 그가 남으면 (자의든 타의든 간에) 그대로 임모탄의 권좌를 차지하고, 시타델은 잘 해 봐야 선한 독재자가 지배하는 독재 국가로서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맥스는 떠나고 퓨리오사와 그녀의 동지들만 남음으로써, 시타델의 체제는 전복되고 완전히 다른 나라로 변모할 것이 명확합니다. 남성 지배의 종말을 고하는 거죠.


작품 외적으로는, 맥스는 시리즈를 계속하기 위해 떠나야만 합니다. 왕이었던 코난은 시리즈를 계속하기 위해 매번 왕국을 말아먹어야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고난 끝에 이룩한 코난의 이전 업적은 무로 돌아가고, 함께 한 관객/독자들의 성취감도 무너지죠. 그러나 맥스는 떠돌이가 됨으로써 자신이 이룩한 업적을 무사히 남겨놓은 채 새로운 모험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내적 맥락과 외적 필요가 잘 들어맞는 훌륭한 장치죠.


하지만 작품 내적으로는, 맥스가 남으면 죽도 밥도 안 됩니다. 이미 말했듯 남으면 임모탄이 맥스로 대치될 뿐이고, 무법천지인 세계관을 고려하면 임모탄이 아주 나쁜 지도자도 아니요, '미친' 맥스가 괜찮은 지도자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맥스는 떠남으로써 더 나은 업적을 이룩하는 것이고, 퓨리오사는 그를 떠나보냄으로써 새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훌륭한 페미니즘 영화로 완성되었지만, 그 뒤의 시리즈가 어떻게 이어질지는 실로 흥미롭군요. 이런 패턴이 되풀이된다면 매드 맥스는 마치 수컷 불곰같이 자신의 큰 영역 안에 각각 작은 영역을 가지는 '여성 주인공'을 거느린 마초맨이 될 것이고, 페미니즘이 마초이즘에 굴복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이런 불행한 결과를 만들지 않고 '분노의 도로'의 테마를 제대로 살리려면 다음 작품은 맥스의 파트너가 남성이 되거나, 아니면 맥스 자신이 정착해야 합니다. 정착은 3부쯤에나 될 것 같으므로, 다음 맥스 영화는 남성 버디 영화가 되고 여성은 맥스의 버디의 연인 정도로 나올 것으로 예상해 봅니다.


덧글

  • 헤지혹 2015/06/07 13:21 # 답글

    아, 이런 해석도 좋군요. 마초안에 페미니즘 테마라는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정말 잘 보고가요!
  • 르혼 2015/06/08 11:18 #

    마초 가운데서 페미를 외치다! 같은 느낌이죠. ^^
  • rumic71 2015/06/07 21:22 # 답글

    마초스승에 페미제자...
  • 르혼 2015/06/08 11:19 #

    스승과 제자 관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퓨리오사도 이미 완성된 캐릭터라...

    필요와 선의가 바탕이 된 협력 관계가 맞겠죠.
  • rumic71 2015/06/08 16:44 #

    하지만 본문에서도 힐끔 비추었다시피 맥스가 다른 곳에 가서 또 문제를 해결해주게 된다면?
  • 르혼 2015/06/08 17:26 #

    그렇게 많은 곳을 다니며 많은 일을 해낸다고 해서 스승과 제자 사이가 되는 건 아닙니다.

    에어컨 수리 기술자가 여러 집 다니며 문제를 해결한다고 집주인에게 뭘 가르치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 rumic71 2015/06/08 23:21 #

    집주인이라면 그렇지만 가는곳마다 기술자가 하나씩 탄생한다면...
  • 르혼 2015/06/09 09:43 #

    그런 경우에도 기술자가 '스스로' 기술을 깨닫는다면 스승은 아니죠.

    퓨리오사는 맥스가 오기 전에도 이미 사령관이었고 전투와 리더십 모두 뛰어났습니다. 맥스는 퓨리오사에게 도움을 주었지 가르침을 주진 않았죠.

    유일하게 가르침이라고 할만한 건 앞일 모르고 무작정 도망가기보다는 시타델을 공략하는 게 더 낫다는 전략적 '제안'이었는데, 그게 스승의 역할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 rumic71 2015/06/11 16:54 #

    그럼 스승보단 흑기사 개념이 낫겠군요.
  • 르혼 2015/06/11 19:43 #

    ㅎㅎ 흑기사 어울리네요.

    완샷 하기 어려울 때 대신 마셔주고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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