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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1   마이 프린세스 3 개발 다이어리1: 테마 [6]
마이 프린세스 3 개발 다이어리1: 테마
마이 프린세스 1의 포스터: 당시엔 이런 포스터를 그린 모바일 게임이 별로 없었다.


'마이 프린세스' 시리즈는 엔소니의 핵심 육성 시뮬레이션 타이틀이다. 최초 출시작 '포가튼 퀘스트' 이래 엔소니의 주력은 언제나 RPG였고 가장 호평을 받은 타이틀도 RPG였다.

하지만 단일 장르에만 매달려서는 경쟁이 치열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유연성 있게 살아남기 힘들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시도된 다른 장르 중 가장 성공적인 시리즈가 마이 프린세스라고 할 수 있다.


마이 프린세스 1의 타이틀 화면: 120x116 크기에 128색, 총 용량 128kb이라는 보잘 것 없는 스펙으로서는 나름 신경 쓴 타이틀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마이 프린세스는 육성 시뮬레이션의 원조 '프린세스 메이커'를 주 경쟁작으로 삼고 참고하긴 했지만, 따라 하기보다는 다르게 하기를 개발 컨셉트로 잡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현실, 여고생, 성장 이라는 3대 키워드다.
이는 경쟁작인 프린세스 메이커가 판타지, 로리, 변함없음으로 대표되는 것과 대조적인데, 그만큼 경쟁작이자 원조였던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와 차별화하고, 더 나아가 뛰어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마이 프린세스 1의 기본 인터페이스: 출시 당시로서는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했다. 지금 봐도 색감이 나쁘지 않다.


현실이라는 건 말 그대로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이다.
프린세스 메이커는 판타지 세계를 바탕으로 했고, 검과 마법이 공존하는 중세 느낌이었다. 이런 설정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이지는 않았고 기존의 판타지 RPG 유저들 이상의 넓은 유저 풀을 가지기 힘들었다.
이에 대한 안티 테제로서 마이 프린세스는 현실의 여고생을 키운다는 개념을 잡게 된다.


마이 프린세스 1의 육성 장면: 일정 기간 동안 진행할 스케줄을 짜고, 실행하면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것은 프린세스 메이커와 다르지 않았다.


여고생 역시 현실적인 이유였다. '미소녀'로 대표되는 남성적 연애 판타지의 핵심 연령대가 바로 고등학생이기도 했지만, 어려서부터 키운 다음 결혼한다, 속칭 '키워서 먹는다' 는 프린세스 메이커의 근원적인 욕망은 따라 할 수도 없었고 따라 해서도 안되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많은 면에서 닮았지만 구체적인 도덕 관념이나 정서는 상당히 다르다. 억지로 일본 것을 따라 하면서 눈가림으로 심의를 피하느니 아예 당당하게 한국적인 육성 시뮬레이션으로 가자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청소년에게 가장 현실적인 압박은 바로 공부와 성적일 것이다. 과외 선생님과 학생 간의 미묘한 긴장감 역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게다가 아버지와 딸 사이라는 윤리적인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성년자인 여고생을 육성하는 게임에서 연애 노선 위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고, 연애 뉘앙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시리즈는 항상 12세~15세이용가라는 제한된 등급 판정을 받아야 했다.


마이프린세스 1의 대화 화면: 초기 기획은 4명의 여학생 중 한 명을 골라서 키우는 것이었지만, 용량 문제로 모든 캐릭터가 동일한 얼굴 그래픽을 사용하면서 사실상 난이도 선택이라는 것 외에는 의미가 사라져 버렸다.


마지막으로 성장이라는 요소는, 여고생이라는, 소녀와 여인의 중간에 있는 미성숙한 청소년이 한 명의 성숙한 어른으로 되어 가는 것을 주제로 삼았다는 뜻이다.

프린세스 메이커에서는 키운 능력치에 의해서 그 경향성을 가진 직업을 가지는 엔딩이 나올 뿐, 인간적인 성장이라고 할만 부분은 없었다.
무력을 키우면 장군이나 병사가 되고 지식을 키우면 학자가 된다. 도덕성 같은 여러 가지 퍼래미터가 있기는 하지만 모두 숫자에 불과할 뿐 딸의 기본적인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능력치가 50에서 500으로 늘어나고, 그 능력치에 맞춰 '직업'을 가지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다시 말해 프린세스 메이커의 엔딩은 판타지 RPG에서 일반화된 '직업' 곧 클래스들의 나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이 프린세스는 그보다는 인생을 담고 싶었고 실제 생활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 목표였다. 따라서 마이 프린세스는 능력치와 엔딩이 1:1로 매칭되지 않는다.


마이 프린세스 1의 엔딩 러프: 총 12개의 엔딩이 준비되었지만, 역시 용량 문제로 대부분 잘려버렸다. 이 러프도 당시 개발 자료에서 발굴해낸 것.


이런 기본 테마를 가지고 시작된 마이 프린세스 시리즈는 여고생 과외 교습을 핵심으로 한 1편과, 여러 학생을 돌아가며 키운다는 2편에 이어, 드디어 3편을 제작하기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개발 스텝은 매 편마다 달라졌고, 3편 개발진이 가진 거라곤 그냥 개발 당시에 남아있던 자료들 뿐.
개발진이 다르니 전작을 답습할 일이 없다는 건 좋지만 반대로 이어받은 노하우도 없다. 그리고 여고생 과외라는 테마도 한두 번은 좋지만 매 시리즈마다 계속 끌고 가기엔 무리가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르게, 그러나 일관되게' 이것이 3편 개발진의 목표이자 숙제였다.
by 르혼 | 2009/05/21 11:00 | 책,영화,게임,공연, 음악 | 트랙백 | 핑백(2)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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