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피겨
2009/07/13   피규어 vs. 피겨 (figure vs. figure) [21]
2009/05/27   피규어? 피겨? 피거? [7]
피규어 vs. 피겨 (figure vs. figure)

요즘 정밀 캐릭터 인형을 뜻하는 figure를 '피규어'라고 쓰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별로 좋은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잠시 적는다.

우선 figure란 말의 뜻부터 짚고 넘어가자.


fig·ure〔│〕 n., a., v.
━ n.
1 (아라비아) 숫자;(숫자의) 자리;[보통 수식어와 함께] 합계수, 액수, 값
2 [pl.] (숫자) 계산
3 (윤곽이 뚜렷한) 꼴(shape), 형태, 형상(形象), 형상(形狀)
4 (사람의) 모습, 사람 그림자, 용자(容姿), 풍모, 풍채, 외관;눈에 띄는 모습, 이채
5 (회화·조각 등의) 인물상, 화상(畵像), 초상;반신상(半身像), 나체상
6 [보통 수식어와 함께] (중요한) 인물;명사(名士)
7 그림, 도해, 삽화(illustration);도형;도안, 무늬(design)
8 표상, 상징(emblem) 《of》
9【무용】 피겨 《선회 운동(evolution)의 한 가지》;1선회;【스케이트】 피겨 《스케이트로 지치며 그리는 도형》
10【수사학】 말의 수사(修辭);비유;【문법】 수식상의 변칙[파격]
11【음악】 음의 수사(修辭)
12【논리】 (삼단 논법의) 격(格), 도식(圖式)
13【점성술】 천궁도(天宮圖)(horoscope)

(출처: 네이버 영한사전)

이 중에서 이 글에서 문제삼는 '피규어'와 상응하는 용법은 명백히 5번이다. (참고로 김연아가 하는 피겨 스케이팅은 9번이다.)

좀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원래는 입체/회화와 관계 없이, 사람 형상을 한 모습, 미술에서 우리가 흔히 '인물'이라고 하는 것이 영어로는 figure라는 것이다.
여기서는 그 중 입체화된 것을 의미하므로, 우리말로는 '인형(人形)'이 제일 가깝다.

인형 [人形]
[명사]
1 사람 모양으로 만든 장난감.
2 사람의 형상.
3 예쁘고 귀여운 아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4 <고적>뼈, 돌, 진흙 따위로 사람의 얼굴이나 몸체를 본떠 만든...

(출처: 네이버 영한사전)

여기서 2번이 곧 영어 figure의 4번 의미에 부합한다. 사실 어감까지 완전히 같은 건 아니고 우리말 인형은 영어 doll에 더 가깝지만, 어차피 언어라는 게 1:1 대응하는 관계는아니니까 여기선 넘어가자.
(혹시나 figure와 doll이 다 인형이라고 번역되니 우리말 표현력이 영어보다 떨어진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해서 하는 말인데, 우리말 '사람'과 '인간'을 영어로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지 아는 분? 1:1 대응이 아니라는 건 그런 거다. 영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려면 어감이 안 사는 경우가 허다 하듯이, 우리말도 영어로는 번역하기 힘든 어휘나 문장이 잔뜩 있다)


하여간 그래서, 오덕계의 캐릭터 모형을 뜻하는 figure를 한국어로 의역하면 인형, 음역하면 '피겨'가 되겠다.


그런데 '피규어'는 어디서 나온 말일까?


바로 일본어 'フィグュア'에서 왔다.

당연히 영어 figure의 일본어 음역이다.

여기서 혹시 피겨나 피규아나 다 외래어 음역이니 상관 없지 않냐고 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게 본론인데, 그럼 먼저 フィグュア가 우리말 '피규어'에 얼마나 근접한 단어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표준 외래어 표기법 따위 다 집어치우고, 우리말에 フィグュア 가장 가깝게 써보면 '휘갸'에 가깝다. '피규어'가 아니라 '휘갸' 그런데 이걸 왜 피규어라고 읽어야 하냐고.

어째서 휘규아가 아니냐고? 중간의 ュ 발음은 어디다 팔아먹었냐고?

바로 앞글자 フィ를 보시라. 이게 '후이'라고 읽힌다고 생각하는 사람?


현대 일본어에서 작은 가타카나는 일본어에 없는 음가를 최대한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기 위해 쓰이는 문장부호다. 독자적 음가가 있는 게 아니라 앞글자와 조합되어 하나의 음가를 형성한다.
대표적 예로 ディテ―ル [detail], エヴァンゲリオン [evangelion] 같은 단어가 있다. ウ에 탁음 부호를 붙인 ヴ도 일본어에 없는 v 발음을 표현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낸 문자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기존 문자 체계를 개선해서 새 시대에 부합하는 용법을 만들어내는 일본인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우리나라 한글학회는 그나마 있는 문자도 다 버리면서 표준 표기법이 어쩌니 하고 찌질대고 있다)


즉 '피겨'도 '휘갸'도 아닌 '피규어'는, 영어나 일본어나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대충 어중간하게 만들어낸 조잡한 '신조어'인 것이다. 결코 번역어가 아니다.

결론 1. 피규어 대신 제대로 된 번역어인 '인형'을 쓰자. doll과 혼동된다고? 어차피 그 둘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일반적인 영미인들에게 fugure와 doll의 차이를 구분해서 쓰라고 하면 당황할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마징가나 건담이나 다 그냥 로봇이다.


결론 2. 굳이 의역대신 음역을 쓰고 싶다면 피겨휘갸를 써라. 난 '우리말을 정화'하겠다며 영어는 찬양하고 일본어를 천시하는 풍조를 무비판적으로 따르고 싶진 않다. 하지만 일본어를 쓰려면 제대로 쓰든가. '피규어'같은 국적불명어를 쓰면 얼핏 듣기에 영어같고 일본어 안 같아서 대단해 보이는가? 그래봐야 결국 본인의 무식만 탄로낼 뿐이다.

by 르혼 | 2009/07/13 18:19 | 가타부타 | 트랙백 | 덧글(21)
피규어? 피겨? 피거?

figure는 숫자라는 뜻도 있지만 모양, 형태라는 뜻도 있습니다. 미술에서는 그림이나 조각으로 표현된 인물을 뜻하고요.

모형에서는 당연히 인간이나 그 비슷한 캐릭터를 모형화한 것, 그러니까 인형 (人形)을 말합니다.


모형 쪽에서 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단어는 사실 오래전부터 일반인에게 상당히 친숙한 단어인데, 바로 우리의 완소 김연아가 하는 피겨 스케이팅이 이것입니다.
즉 figure의 일반적인 외래어 표기는 '피겨'인 거죠.
실제로 발음을 들어보면 '피거'에 가깝습니다만, 그건 제 귀가 막귀라서 그런 모양이고.


어쨌건 이 단어가 길이도 길고 발음도 많이 다른 '피규어'라고 쓰이는 것이 불만입니다. 기존 단어를 그대로 쓰는 것도 아니고, 영어 원음에 충실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 발음 (휘규아)도 아닌 그야말로 국적불명이거든요.

원래 같은 단어를 유입 경로에 따라 서로 다르게 (피겨/피규어) 부르는 것도 불만이지만, 뭣보다 불만인 건 '피겨'라는 단어가 '피규어'라는 단어보다 글자 수가 적다는 겁니다. 작고 간단한 단어를 지향하는 저로서는 단어 길이가 늘어나는 게 심히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라도 '피겨'라고 통일해 부르는 게 어떨까요.

by 르혼 | 2009/05/27 10:29 | 고장난 사전 | 트랙백 | 덧글(7)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